읽게 된 동기
stew 독서모임 10월 지정도서
한 줄 평
질문에 답하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에 대한 경종
서평
어릴 적부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답을 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게 된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고 매 시험을 잘 쳐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최면을 아주 어릴적부터 받아온다.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그러한 경향은 정점을 찍고 대학 혹은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정말 아쉽게도 대학 혹은 사회에서도 질문은 금기시 된다. 질문 보다는 질문하는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고 친구의 감정에 맞춰주어 소위 사회적 스킬이라는 것을 익히며 살아가게 된다. 그게 보통의 한국인의 삶 속 질문의 위치가 아닌가 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그래서 한국인은 질문에 미숙하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외신과 달리 질문이 소극적이며 질문에 능숙하지 않아 어색해하는 언론인의 모습이 뉴스에 종종 비추어 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이 책이 신선했다. 질문을 하라고 한다. 그것도 필요하다면 상대방이 기분나쁘게도 하라고 한다. 상대에게 답을 끌어내기 위해 그에게 공감하는 척도 하라고 한다. 그야말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면 안되며 답을 기다려야는 것이지 끌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DNA에 박힌 뿌리 깊은 유교적 성향에 위배하는 글이다. 하지만 그래서 흥미롭고 그래서 이 시점에 중요한 책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 게시판이 되었고 언론은 연일 새로운 소식을 전하며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시민단체는 제각각 새로운 이슈를 던지며 여론을 모으고 있고 청년들 또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일지 질문을 던진다. 그야말로 질문을 던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아니다. 많은 질문이 있지만 광화문의 연단에 나가 당당히 던질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 일에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소서의 문항문항, 면접관의 질문 하나하나에 어떻게 대처할지 답을 상상하고 공부하는 것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 질문에 관한 이 책은 선천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뭔가 후련함을 느꼈다. 특히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은 큰 경중을 주었다. 내가 준비하고자 하는 취업 과정의 인터뷰에서는 매우 특이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질문이 없이는 인터뷰 자체가 진행이 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질문을 적절하게 던지는 일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고 매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는데, 이 책을 이를 매우 쉽게 풀어 놓았다. 사실 내용 자체가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다른 책에서는 매우 어렵게 설명하고 외우고 익혀서 사용해야할 과제와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냥 너무나 당연한 질문의 연속처럼 표현하여 받아들이는데 너무 편했다.
그래도 완벽한 책은 아니다. 특히 공강하는 질문에 관한 챕터는 여러번 읽어도 이해가 안되었다. 개인적으로 선량한 사람을 속여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사기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걸 책에서 대놓고 가르치면 이제 사람들이 이런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들 정도 였다. 그 다음 챕터가 바로 대립하는 질문이여서 앞의 고구마를 뚫어줄 사이다가 되어 주어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질문에 답할 일이 더 많고 질문을 당할 일이 더 많은 사람으로서 앞으로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덮으며 아쉬운 것은 이렇게 질문이 도움이 많이 되는데 왜 난 지금까지 질문을 못 했을까 였다. 내 스스로의 기질의 문제일 수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질문의 부재로 내가 겪은 많은 비효율이 존재할 것 같아 매우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