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작년, 회사의 디지털전략실로 발령을 받고 이 책을 처음 추천받았다. 회의 중 여러번 언급되는 ‘콘텐츠의 미래’를 듣고 신입사원으로서 안 읽을 수 없었다. 그 때는 필요한 챕터 위주로 읽었지만, STEW 지정도서가 되어 버겁게 읽었다.
[한줄평]
‘콘텐츠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콘텐츠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서평]
우리 회사는 ‘콘텐츠’만 100년 동안 판매한 회사다. 이 때문인지 ‘콘텐츠의 미래’는 내가 입사한 이후로 줄곧 들어왔던 책이다. 회사 회의에서 십스테드의 전략을 언급하기도 하고, 뉴욕타임스의 페이월에 대해 토론하며 우리의 전략을 짠 적도 있다.
(심지어 ‘콘미’는 사장님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이를 들은 사장은 혼자 1000페이지를 읽긴 힘들었는지 부하 직원에게 이 책을 요약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책은 수백여 페이지에 걸쳐 기업의 사례/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의 성공은 혁신적인 상품이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를 잘 이용했다라는 것, 십스테드의 성공은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등. 저자는 콘텐츠에 매몰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즉, 콘텐츠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좋은 콘텐츠는 무조건 팔린다’라는 콘텐츠의 함정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The Content Trap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며 책 제목이 콘텐츠의 미래로 바뀌었지만, 정작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그 이외의 연결관계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란?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막막한 부분이다. 이 책은 여러 기업을 결과론적으로 분석해놓은 책이다. 현실에서 업무를 하는 콘텐츠 종사자에게 ‘콘텐츠의 트랩’에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언론사의 조직 구조와 그 분위기를 보면 더 더욱 이해가 갈 듯 하다. 언론사 조직은 대개 ‘편집국’ 위주로 조직이 구성되어있다. 기사를 생산해내고, 만드는 편집국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경영직은 편집국을 서포트 해주는 느낌이 강하다. 경영적인 전략보다는 단독을, 특종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또 기자 출신의 인물들이 각 국의 리더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콘텐츠에 매몰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국장님. 기사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관계입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야 이 XX야. 니가기사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써봤어?”라고 나오는 것은 뻔한 이야기랄까….)
예를 들어 최근에 모 포털 서비스에서 댓글 정책을 물어왔다. 우리회사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어떤 순으로 노출을 하길 원하는지, 우리 회사를 구독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공개하길 원하는 지 등 등. 이 모든 의사결정은 결국엔 편집국으로 통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편집국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곧 정책이 되고 원칙이 된다.
뿐만 아니라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들과 달리 현실의 신문사는 기술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사례, 케이블 TV의 브로드밴드, 뉴욕타임스의 페이월 등의 사례는 부러울 뿐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누구나 알만한 국내 신문사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 이면의 기술적인 부분, 인프라, 특히 온라인과 관련된 기술을 전무한 상태다.
이렇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연결’ 전략 자체를 세우는 것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아야한다
이렇게 열악한 신문사지만 … 매출 현황을 보면 더 열악하다. 이미 구독료 수입은 무너진지 오래다. 삼성 장춘기 문자에서 드러난 것처럼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료 -> 기업 협찬 으로 이미 간지 오래다. 무너지고 있는 BM 속에서 새로운 돈줄을 찾기 위해선 저자가 언급한 전략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 콘텐츠 유료화 전략 :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이 선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콘텐츠 유료화 전략을 쓰는 것은 리스키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스탠딩’ ‘퍼블리’ 등의 콘텐츠 판매자들이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했다. 이제 신문사 역시 자사의 일부 인력을 콘텐츠 유료화에 투입해야한다. 분야별로 콘텐츠 유료화를 꾸준히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번들링: 대개의 미디어사의 경우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조선비즈와 IT조선, 네이버에 입점되어있는 잡스앤 등을. 중앙일보는 중앙 이코노미스트, 여성중앙 등을. 한겨레의 경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등을. 이렇게 많은 자회사를 보유한 미디어그룹들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번들링 서비스다. 책에선 뉴욕타임스의 번들링을 소개하고 있다. A콘텐츠와 B콘텐츠를 번들링해 유료화 하는 것은 A 콘텐츠에 관심있는 독자, B 콘텐츠에 관심있는 독자 모두에게 돈을 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책을 읽으며 괜히 회사 생각이 나서인지 더욱 열내며 읽었던 것 같다. 책에 비해 매우 뒤쳐져 있는 현실과, 답답한 분위기에 열이 나서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며 토론하고, 사장님께 요약해 갖다줄 정도로 미디어 업계는 제2의 먹거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디 어떤 연결이라도 성공시켜 콘텐츠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바란다.
끝.